잔금을 다 주고 나면 협상력이 사라집니다
중국 공장 품질보증금과 유보금 - 유보 비율·기간 정하는 법, 해제 조건 문구, 사장되는 상황, 다른 안전장치와의 조합
안녕하세요, 그린프로그서울입니다.
컨테이너가 부산항에 들어왔습니다. 선적 서류가 깔끔해서 잔금도 이미 보냈고, 물건은 창고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입고 검사에서 문제가 나옵니다. 8,000개 중 표면 마감 불량이 400개 넘게 잡혔습니다. 재작업을 하든 폐기를 하든 돈이 듭니다.
공장에 위챗으로 사진을 보냅니다. 답이 옵니다. "검사 통과했는데요. 운송 중 문제 아닐까요?" 사흘 뒤 다시 보냅니다. "확인 중입니다." 2주가 지나면 "다음 오더에서 조금 빼 드릴게요" 정도로 흘러갑니다.
여기서 답답한 건 불량 자체가 아닙니다. 이미 돈이 다 건너갔다는 사실입니다. 잔금을 보내기 전이었다면 같은 대화가 사흘이면 끝났을 일이, 보내고 나니 몇 주짜리 부탁이 됐습니다. 돈이 손에 남아 있느냐 없느냐가 대화의 성격을 통째로 바꿉니다.
오늘 볼 건 그 돈을 조금 남겨 두는 방법입니다. 실무에서 리테인지(retention), 품질보증금, 유보금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결제조건 전반의 구조는 106편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잔금의 마지막 한 조각을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붙들어 두느냐만 파고들겠습니다.
불량 대응이 잘 풀린 사례를 모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협상 시점에 바이어 손에 아직 지급하지 않은 돈이 남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금액이 클 필요도 없습니다. 5%만 남아 있어도 공장의 회신 속도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0%면 아무리 명백한 불량이라도 공장의 선의에 기대야 합니다.
1. 유보가 필요한 이유는 시간 차이에 있습니다
중국 공장과의 일반적인 결제는 선금 30%, 선적 전 또는 선적 서류 인도 시 잔금 70%입니다. 이 구조에서 바이어가 물건의 실제 상태를 확인하는 시점은 거의 언제나 잔금 지급 이후입니다.
간단히 시간축으로 늘어놓으면 왜 그런지 보입니다.
| 시점 | 벌어지는 일 | 바이어가 쥔 돈 | 문제를 발견할 확률 |
|---|---|---|---|
| 발주 | 선금 30% 송금 | 70% | 없음 |
| 생산 중 | 공정 진행, 중간 점검 | 70% | 낮음 |
| 선적 전 검사 | 샘플 단위 확인 | 70% | 중간 |
| 선적 직전 | 잔금 70% 송금 | 0% | 중간 |
| 해상 운송 | 25~35일 소요 | 0% | 없음 |
| 입고 검사 | 전수 또는 대량 샘플 확인 | 0% | 가장 높음 |
| 판매 개시 | 소비자 사용, 반품 발생 | 0% | 높음 (내구성 불량) |
표를 보시면 문제 발견 확률이 가장 높은 두 줄에서 바이어가 쥔 돈이 0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선적전검사가 아무리 촘촘해도 샘플 검사입니다. AQL 기준으로 뽑는 수량은 전체의 1~3% 수준이고, 표면 스크래치처럼 눈에 띄는 것은 잡아도 몇 주 뒤에야 나타나는 도금 변색이나 반복 사용 후 파손은 구조적으로 못 잡습니다. 선적전검사의 범위와 한계는 100편에서 정리해 뒀습니다.
유보는 이 빈칸을 메우는 장치입니다. 잔금 70% 중 5%를 떼어 두면, 선적 후에도 바이어 손에 5%가 남습니다. 그 5%가 입고 검사와 초기 판매 기간 동안 대화를 붙들어 두는 역할을 합니다.
2. 공장은 왜 유보를 싫어하나
유보를 제안하면 대부분 공장이 난색을 표합니다.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설득이 되니 하나씩 봅니다.
첫 번째는 현금흐름입니다
중국 공장, 특히 중소 규모 공장은 다음 오더 원자재를 이번 오더 잔금으로 삽니다. 회전이 빠듯하다는 뜻입니다. 5만 달러 오더에서 5%면 2,500달러인데, 공장 입장에서는 그 2,500달러가 없어서 다음 원단 발주가 밀리는 상황이 실제로 생깁니다. 특히 4분기나 춘절 직전처럼 현금이 몰리는 시기엔 이 저항이 훨씬 셉니다.
두 번째는 관행이 아니라는 인식입니다
건설이나 플랜트 업계에서는 하자보수 유보가 표준이라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비재 제조 수출에서는 T/T 30-70이 기본값처럼 굳어져 있어서, 유보를 꺼내면 "우리 거래처 중에 그렇게 하는 데 없는데요"라는 답이 먼저 나옵니다. 사실 유보를 걸고 거래하는 대형 바이어는 꽤 있지만, 그 공장이 상대해 본 적이 없으면 새로운 요구로 받아들입니다.
세 번째, 그리고 가장 미묘한 건 신뢰 문제로 읽힌다는 점입니다
유보를 요구하면 "당신들 물건을 못 믿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담당자가 있습니다. 중국 거래에서 체면은 생각보다 실질적인 변수입니다. 그래서 유보를 꺼낼 때 표현 방식이 성사 여부를 좌우합니다.
"품질이 걱정돼서 돈을 남기겠다"고 말하면 거의 거절당합니다. "저희 내부 규정상 신규 거래는 첫 3회까지 입고 검사 후 정산 구조로 진행합니다"라고 말하면 통과율이 확 올라갑니다. 같은 조건인데 상대를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쪽 절차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협상에서 실제로 먹히는 카드
| 공장 반응 | 속뜻 | 대응 카드 |
|---|---|---|
| "그런 조건은 안 해봤습니다" | 새로운 요구라 부담 | 기간을 짧게(30일) 제시해 시범 적용 |
| "자금이 돌아야 합니다" | 현금흐름 압박 | 선금을 30%→40%로 올리고 유보 신설 |
| "우리를 못 믿으세요?" | 체면 문제 | 내부 규정·회계 절차로 프레이밍 |
| "유보하면 단가 올려야 합니다" | 금융비용 청구 시도 | 기간 단축과 맞바꾸기, 인상폭 근거 요구 |
| "3%까지만 됩니다" | 협상 여지 있음 | 비율 대신 기간·해제 조건을 챙기기 |
| 대답을 피함 | 거절 의사 | PSI 강화 등 다른 수단으로 전환 |
두 번째 줄이 실전에서 잘 통합니다. 선금을 조금 올려 주면 공장이 느끼는 현금흐름 부담이 실제로 줄어듭니다. 선금 40%, 선적 시 55%, 입고 검사 후 5% 구조로 가면 공장이 받는 총액은 같고 시점만 조정됩니다. 바이어가 감수하는 건 선금 10%포인트만큼의 위험이고, 얻는 건 물건을 본 뒤에도 남아 있는 5%입니다. 신규 거래처라면 이 맞교환이 괜찮은 조건인지 따져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3. 비율과 기간을 무엇으로 정하나
유보 조건은 비율과 기간 두 축으로 정해집니다. 둘을 같이 봐야 합니다. 10%를 90일 잡는 건 공장이 거의 안 받고, 3%를 30일 잡는 건 실효가 약합니다.
| 상황 | 권장 비율 | 권장 기간 | 해제 기준점 |
|---|---|---|---|
| 신규 공장 첫 오더 | 5~10% | 입고 후 14~30일 | 입고 검사 완료 |
| 거래 3회 이상 안정 | 3~5% | 입고 후 7~14일 | 입고 검사 완료 |
| 전기·전자 제품 | 5~10% | 판매 개시 후 60~90일 | 초기 불량률 확정 |
| 의류·잡화 | 3~5% | 입고 후 14일 | 입고 검사 완료 |
| 신규 금형 첫 양산 | 10% | 입고 후 30일 | 양산 품질 확인 |
| 인증 필요 품목 | 5~10% | 인증 통과 시점 | 시험성적서 수령 |
비율은 5%가 무난한 출발점입니다. 3% 밑으로 가면 공장이 그냥 포기해 버리는 금액이 돼서 지렛대 기능을 잃고, 10%를 넘으면 협상 자체가 안 됩니다. 5만 달러 오더의 5%면 2,500달러인데, 공장이 이 돈을 포기하진 않으면서도 부담으로 느끼진 않는 구간입니다.
기간은 무엇을 확인하려는 유보냐에 따라 갈립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제일 많이 어긋나는 부분입니다.
| 기간 설정 | 잡아낼 수 있는 것 | 못 잡는 것 | 공장 수용도 |
|---|---|---|---|
| 선적 후 30일 | 운송 중 파손, 수량 부족 | 입고 전이면 거의 못 잡음 | 높음 |
| 입고 검사 후 7일 | 외관, 치수, 포장, 수량 | 내구성, 잠재 불량 | 높음 |
| 입고 검사 후 30일 | 위 항목 + 보관 중 변색·부식 | 실사용 불량 | 중간 |
| 판매 개시 후 60일 | 초기 반품률, 실사용 파손 | 장기 내구성 | 낮음 |
| 판매 개시 후 90일 | 계절 변화, 반복 사용 불량 | - | 매우 낮음 |
"선적 후 30일"은 공장이 제일 쉽게 받아들이는 조건이면서 동시에 가장 쓸모가 없는 조건입니다. 중국 남부에서 부산까지 해상 운송만 보통 12~20일, 통관과 내륙 운송까지 더하면 20~30일이 예사로 걸립니다. 선적 기준 30일이면 물건이 창고에 들어오자마자 유보가 풀린다는 뜻입니다. 공장이 이 조건을 선뜻 수락한다면 그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4. 해제 조건 - "품질에 문제 없으면"은 분쟁의 씨앗입니다
비율과 기간을 잘 정해 놓고도 여기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흔한 문구
잔금의 5%는 품질보증금으로 유보하며, 품질에 이상이 없을 경우 반환한다.
얼핏 문제없어 보이지만 뜯어 보면 정해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건 누가 판정하나요. 이상의 기준은 뭔가요. 언제까지 판정하나요. 판정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네 가지가 전부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렇게 굴러갑니다. 바이어는 불량을 찾았으니 유보금을 안 주겠다고 하고, 공장은 그 정도는 허용 범위라며 달라고 합니다. 기준이 없으니 목소리 큰 쪽이 이기고, 그 싸움이 다음 오더까지 끌려갑니다.
해제 조건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네 가지
| 요소 | 비워 두면 생기는 일 | 적는 방법 |
|---|---|---|
| 판정 주체 | 서로 자기가 맞다고 주장 | 바이어 검사 또는 제3자 검사기관 지정 |
| 판정 기준 | "이 정도는 괜찮다"로 대립 | AQL 수준과 불량 유형별 기준 명시 |
| 판정 기한 | 바이어가 무기한 보유 | 입고 후 X일 이내 통보 의무 |
| 미통보 시 처리 | 돈이 붕 떠서 다툼 | 기한 내 통보 없으면 자동 해제 |
네 번째 줄이 공장 설득에 결정적입니다. 공장이 유보를 꺼리는 이유 하나는 "저 돈을 영영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인데, 자동 해제 조항이 있으면 그 불안이 사라집니다. 바이어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닙니다. 어차피 기한 내에 검사하고 통보할 생각이었으니까요. 공장에게 확실성을 주고 우리는 기한을 얻는 맞교환입니다.
예시 문구
본 오더 대금의 5%(USD 2,500)는 품질 유보금으로 하며, 바이어 지정 창고 입고일로부터 21일 이내에 바이어 또는 바이어가 지정한 검사기관이 수행한 검사 결과 AQL 2.5(Major) / 4.0(Minor)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5영업일 이내에 지급한다. 동 기간 내 바이어의 서면 불합격 통보가 없는 경우 유보금은 자동으로 해제된 것으로 본다. 불합격 통보가 있는 경우 양 당사자는 통보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재작업, 대체품 공급, 감액 중 처리 방법을 합의하며, 합의된 감액분을 차감한 잔액을 지급한다.
길어 보여도 앞서 말한 네 가지가 다 들어가 있고, 불합격일 때 어떻게 되는지까지 이어집니다. 마지막 문장을 빼면 "불합격이면 안 준다"에서 멈춰서 또 다른 교착이 생깁니다. 품질 기준 자체를 어떻게 문서화하는지는 103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유보 조항을 쓰실 때 같이 보시면 기준 부분을 채우기 쉽습니다.
5. 유보금이 돌아오지 않고 사장되는 상황
유보를 걸어 놓고도 그 돈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세 가지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패턴 1 — 다음 오더 선금과 상계하자는 요구
가장 흔합니다. 유보금 해제 시점이 다가오면 공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송금 수수료도 아까운데 다음 오더 선금에서 빼고 보내시죠." 합리적으로 들리고 실제로 수수료도 아낍니다.
문제는 이게 반복될 때입니다. 상계, 또 상계로 가면 유보금이 실체 없는 장부상 숫자가 됩니다. 2년쯤 지나 거래를 정리할 때 보면 서로 계산한 잔액이 다릅니다. 한 오더씩 뜯어보려 해도 어느 시점부터 기록이 어긋나 있어서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상계를 하시더라도 매 건마다 서면으로 확정하세요. "110번 오더 유보금 USD 2,500은 해제되었으며, 115번 오더 선금 USD 15,000에서 차감하여 USD 12,500을 송금함"처럼 이메일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공장 회신으로 "확인했습니다"를 받아 두면 그게 기록입니다.
패턴 2 — 거래 종료 시 미반환
공장을 바꾸기로 하고 마지막 오더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유보금이 안 돌아옵니다. 공장 입장에서는 이제 다음 오더가 없으니 돌려줄 동기가 사라진 겁니다. 반대로 상계할 다음 오더도 없습니다.
이 상황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몇천 달러 때문에 중국에서 법적 절차를 밟는 건 비용이 안 맞고, 공장도 그걸 압니다. 그래서 마지막 오더는 유보를 걸지 않는 편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대신 선적전검사를 전수에 가깝게 강화하고, 검사 통과 후에 잔금을 보내는 구조로 바꾸는 게 현실적입니다. 마지막 오더라는 걸 공장에 미리 알릴지 말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하셔야 하는데, 유보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알리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패턴 3 — 불량은 확인했는데 금액 합의가 안 되는 경우
불량 400개가 나왔고 공장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보상 금액에서 갈립니다. 바이어는 재작업 인건비와 창고 비용까지 포함해 4,000달러를 주장하고, 공장은 제조 원가 기준으로 1,200달러라고 합니다. 유보금은 2,500달러입니다.
여기서 유보금을 그냥 안 주고 버티면 공장은 다음 오더를 안 받거나 단가를 올립니다. 결국 거래가 끊깁니다. 그래서 감액 산정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게 낫습니다. 불량 발생 시 제품 단가 기준인지, 판매가 기준인지, 재작업 실비를 더하는지를 계약에 한 줄 넣어 두면 이 다툼의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클레임 금액 산정과 분쟁 처리 절차는 36편에서 정리했습니다.
6. 다른 안전장치와 비교하면
유보만이 답은 아닙니다. 같은 문제를 다루는 수단이 여럿 있고, 각각 막아 주는 구간이 다릅니다. 하나로 다 덮으려 하면 어느 쪽도 제대로 안 됩니다.
| 수단 | 막아 주는 구간 | 비용 | 공장 수용도 | 한계 |
|---|---|---|---|---|
| 품질 유보금 | 입고 후 ~ 초기 판매 | 없음 | 중간 | 금액이 작아 큰 손실은 못 덮음 |
| 선적전검사(PSI) | 선적 직전 | 회당 30~50만원대 | 높음 | 샘플 검사, 잠재 불량 못 잡음 |
| L/C | 서류 단계 | 개설 수수료·담보 | 중간 | 서류만 보고 물건은 안 봄 |
| Trade Assurance | 플랫폼 내 거래 | 없음 | 높음 | 알리바바 주문·결제 한정 |
| 클레임 상계 | 사후 보상 | 없음 | 낮음 | 다음 오더가 있어야 작동 |
| 무역보험 | 미회수 위험 | 보험료 | 무관 | 품질 분쟁은 대개 대상 밖 |
표에서 짚을 지점은 L/C 줄입니다. L/C는 안전장치라는 인상이 강한데 은행이 보는 건 서류지 물건이 아닙니다. 선하증권과 인보이스, 포장명세서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면 은행은 지급합니다. 그 컨테이너 안에 불량품이 가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L/C가 막아 주는 건 "대금을 받고 물건을 안 보내는" 위험이지 품질 위험이 아닙니다.
Trade Assurance는 알리바바 안에서 주문하고 결제했을 때 작동합니다. 물건을 받고 분쟁을 제기하면 알리바바가 중재하는 구조라 품질 문제까지 다루긴 합니다. 다만 거래 규모가 커지면 대부분 플랫폼 밖 직거래로 옮겨 가고, 그 순간 이 보호가 사라집니다. 작동 조건과 실제 분쟁 처리 과정은 91편에서 다뤘습니다.
실무에서 권하는 조합
수단을 겹쳐 쓰면 구간이 메워집니다. 거래 단계별로 이렇게 잡으시면 무리가 없습니다.
- 신규 공장 1~3회차 — 선적전검사 필수 + 유보 10% / 입고 후 30일. 검사 비용이 아까워도 이 시기엔 쓰는 게 맞습니다.
- 4~10회차 — 선적전검사는 2~3회에 한 번으로 줄이고 유보 5% / 입고 후 14일로 완화합니다.
- 안정 거래 — 유보 3% / 입고 후 7일, 검사는 신규 품목이나 대량 오더에만. 조건 완화 자체를 협상 카드로 쓰실 수 있습니다.
- 신규 금형 첫 양산 — 회차와 무관하게 유보 10%와 검사를 같이 겁니다. 초기 양산은 안정 거래처에서도 튑니다.
7. 실제 사례 세 가지
상담에서 자주 마주치는 유형을 익명화해 정리했습니다. 금액과 일정은 예시입니다.
사례 1 — 5%가 한 달을 사흘로 줄인 경우
생활용품을 수입하는 업체였습니다. 신규 공장 두 번째 오더에서 유보 5%(약 2,100달러)를 입고 후 21일 조건으로 걸어 뒀습니다. 입고 검사에서 손잡이 접합부 불량이 3%가량 나왔습니다.
사진과 검사 보고서를 보내면서 "유보금 해제 전에 처리 방법을 정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틀 만에 공장 답이 왔고, 사흘째에 불량 수량 전량 무상 재공급과 다음 오더 선적 시 동봉으로 합의됐습니다.
같은 업체가 이전 공장에서 비슷한 불량을 겪었을 때는 6주가 걸렸고 결과도 부분 보상이었습니다. 차이는 불량률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아직 안 건넨 돈이 놓여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례 2 — 해제 조건이 없어 서로 다른 말을 한 경우
전자 액세서리 업체였습니다. 유보 8%를 걸었는데 계약 문구가 "품질 확인 후 지급"이 전부였습니다. 입고 검사는 통과했는데, 판매 두 달째부터 충전 케이블 접촉 불량 반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바이어는 아직 품질 확인 중이라며 유보금을 붙들었고, 공장은 입고 검사를 통과했으니 확인이 끝난 거라며 요구했습니다. 문구가 판정 주체와 기한을 안 정해 놨으니 양쪽 다 나름 근거가 있었습니다. 4개월을 끌다 절반씩 나누는 걸로 마무리했는데, 그사이 신제품 개발이 멈췄습니다.
이 건에서 실제 손해는 유보금 자체가 아니라 멈춰 있던 4개월이었습니다. 이후 계약서에는 "입고 검사 후 14일 유보 해제, 단 판매 개시 후 90일 내 발생한 동일 원인 불량은 별도 클레임으로 처리"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유보와 클레임을 분리하니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사례 3 — 거래 종료 때 못 받은 경우
가장 아까운 유형입니다. 3년간 거래하던 공장을 단가 문제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오더 유보금 3,800달러가 남아 있었고, 입고 검사도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공장이 지급을 미뤘습니다. 처음엔 회계 마감, 다음엔 담당자 퇴사, 나중에는 아예 회신이 없었습니다. 금액상 법적 절차는 계산이 안 맞았고 결국 못 받았습니다.
돌아보면 신호가 있었습니다. 새 공장 샘플 요청이 업계에 돌면서 거래 종료 의사가 먼저 전해졌고, 그 뒤 마지막 오더가 나간 겁니다. 공장 입장에서는 미래 매출이 사라진 상태에서 3,800달러를 돌려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오더는 유보 대신 선적 전 검사를 강화하고 검사 통과 확인 후 잔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짜셨어야 했습니다.
8. 자주 하는 실수
유보금 관련 상담에서 반복해 마주치는 것들입니다.
- 유보 조항 없이 T/T 30-70으로만 거래하다 불량 발생 후 협상 수단이 없던 경우
- 기산점을 선적일로 잡아 물건이 입고되기도 전에 유보가 해제된 경우
- "품질에 문제 없으면 지급"으로만 적어 판정 주체와 기준이 비어 있던 경우
- 판정 기한을 안 정해 공장이 유보금을 영영 못 받는다고 불신하게 된 경우
- 미통보 시 자동 해제 조항이 없어 금액이 장부에 떠 있던 경우
- 불합격일 때 처리 절차를 안 적어 "불합격이면 안 준다"에서 교착된 경우
- 감액 산정 기준(단가/판매가/재작업 실비)을 안 정해 금액에서 갈린 경우
- 다음 오더 선금과 상계하면서 서면 확정을 안 남겨 잔액이 어긋난 경우
- 마지막 오더에 유보를 걸었다가 거래 종료 후 못 받은 경우
- 유보 비율을 2~3%로 낮게 잡아 공장이 그냥 포기해 지렛대가 안 된 경우
- 10% 이상을 90일로 요구해 협상 자체가 결렬된 경우
- "못 믿어서"라는 표현으로 제안해 체면 문제로 번진 경우
- 유보를 걸었다는 이유로 선적전검사를 생략해 명백한 불량을 놓친 경우
- 품질과 무관한 납기·단가 문제로 유보금을 붙들었다가 다음 거래부터 조건을 거부당한 경우
- 검사 보고서 양식을 정해 두지 않아 통보 내용을 두고 다툰 경우
- L/C를 걸었으니 품질도 안전하다고 여겨 아무 장치를 안 둔 경우
9. 유보금 체크리스트
계약·발주 조건을 정할 때
- 유보 비율과 금액을 숫자로 명시했다
- 기산점을 입고일 기준으로 적고 선적일 기준 상한선을 붙였다
- 판정 주체(바이어 또는 지정 검사기관)를 정했다
- 합격·불합격 판정 기준을 AQL 수준까지 적었다
- 판정 기한과 통보 방법을 정했다
- 기한 내 미통보 시 자동 해제된다는 문구를 넣었다
- 불합격 시 처리 절차(재작업·대체품·감액)를 적었다
- 감액 산정 기준을 단가·판매가·실비 중 무엇으로 할지 정했다
- 해제 시 지급 기한을 영업일로 적었다
- 검사 보고서 양식을 합의하고 공유했다
- 유보 조건을 중국어 문서에도 동일하게 반영했다
거래를 이어 가는 동안
- 오더별 유보금 잔액을 하나의 표로 관리하고 있다
- 상계 처리 건은 매번 서면으로 확정했다
- 유보 해제일을 캘린더에 걸어 놓고 놓치지 않는다
- 해제 기한이 지나기 전에 입고 검사를 마치고 있다
- 문제가 없으면 기한 내에 먼저 해제 통보를 보낸다
- 거래 안정도에 맞춰 조건 완화 시점을 잡아 뒀다
해제를 요청하거나 불량을 통보할 때
- 검사 수량과 불량 수량, 불량률을 숫자로 정리했다
- 불량 유형별로 사진과 수량을 분류했다
- 합의된 검사 보고서 양식에 맞춰 작성했다
- 기한 내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 요구 사항(재작업·대체품·감액)을 금액과 함께 제시했다
- 감액 산정 근거를 계약 기준에 맞춰 계산했다
- 합의 내용을 이메일로 확정하고 회신을 받아 뒀다
- 남은 유보금 잔액과 지급 일정을 명시했다
마무리 - 남겨 둔 5%가 하는 일
유보금 이야기를 하면 "그 정도 금액으로 뭘 하겠냐"는 반응이 자주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5만 달러 오더에서 2,500달러로 대형 불량 손실을 메우진 못합니다.
그런데 유보금이 하는 일은 손실을 메우는 게 아닙니다. 불량 이야기를 꺼냈을 때 공장이 그 건을 지금 처리할 일로 볼지, 나중에 봐도 되는 일로 볼지를 가르는 것입니다. 전액을 받은 공장에게 우리는 이미 끝난 거래고, 유보금이 걸린 공장에게 우리는 아직 정산이 안 끝난 거래입니다. 이 인식 차이가 회신 속도와 해결 수준으로 그대로 나타납니다.
조건을 짤 때 비율보다 중요한 건 기간과 해제 조건입니다. 10%를 걸어 놓고 "품질 확인 후 지급"이라고만 적은 계약보다, 3%를 걸고 입고일 기준 14일과 판정 기준, 자동 해제까지 적어 둔 계약이 훨씬 잘 작동합니다. 전자는 공장이 불신하고 바이어도 언제 줘야 할지 몰라 양쪽이 불편하고, 후자는 서로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 다툴 게 없습니다.
이미 유보 없이 거래하고 계신 분이라면 다음 오더부터 5%를 입고 후 14일로 한번 제안해 보세요. 선금을 조금 올려 주면서 꺼내면 거절당할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공장이 끝내 안 받으면 그것도 정보입니다. 자기 물건이 입고 검사를 통과할 자신이 있는 공장은 2주를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린프로그서울은 중국 공장과의 결제조건 설계와 유보 조항 문구 작성, 해제 조건 협상과 불량 발생 시 통보·감액 실무까지 함께 지원합니다. 이미 유보금 지급을 두고 다툼이 붙은 상황이라면 근거 정리와 합의 시나리오부터, 아직 조건을 정하기 전이라면 계약 문구 단계부터 같이 봐 드립니다.
잔금을 다 보내고 나서 후회하신 적 있나요?
결제조건 설계와 유보 조항 문구부터 해제 협상·불량 통보·감액 정산까지
돈이 손을 떠나기 전에 짚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