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보증은 출고로 끝나고, 내 보증은 1년이 남았습니다
중국 공장 워런티(품질보증) 조건 협상 가이드 - 보증기간과 기산일, 검품·품질보증금과의 차이, 클레임 처리 기한과 수리·교체·환불 조항, 비용 부담 주체, 계약서 문구 예시까지
안녕하세요, 그린프로그서울입니다.
충전식 소형 가전을 판매한 지 9개월째 되는 달부터 고객센터 문의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충전이 안 된다,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는 내용입니다. 국내 판매 페이지에는 "품질보증 1년"이라고 적어 두었으니 교환해 드려야 합니다. 공장에 불량 사진을 보내며 교체품을 요청하자 답이 옵니다. "저희 보증은 출고일로부터 12개월입니다. 이 로트는 작년 11월에 선적됐으니 이번 달로 만료입니다."
PI에는 분명히 "Warranty: 1 year"라는 한 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1년이 언제 시작되는지, 교체품을 보내 주는 건지 부품만 보내 주는 건지, 운송비는 누가 내는지, 언제까지 답을 줘야 하는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업체는 결국 남은 판매 보증기간 동안의 교환 비용을 대부분 혼자 떠안았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공장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닙니다. 공장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읽을 수 있는 한 줄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읽었을 뿐입니다. 문제는 "워런티 1년"이 조건이 아니라 제목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 제목 아래에 들어가야 할 내용, 즉 워런티 조건을 어떻게 정하고 협상하는지를 다룹니다.
품질 문제를 다룬 글이 이미 몇 편 있으니 먼저 자리를 정리하겠습니다. 불량 기준과 검사·판정 체계 전반은 103편의 품질보증협약서에서, 잔금 일부를 붙잡아 두는 장치는 110편에서, 클레임 분쟁 절차는 36편에서 다뤘습니다. 이번 글은 그 뒤에 오는 시간, 물건이 이미 소비자 손에 넘어간 뒤 공장이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책임지는지를 정하는 조건 자체에 집중합니다.
워런티 분쟁을 상담하다 보면 계약서에 워런티가 없는 경우보다, 있는데 한 줄뿐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기간, 기산일, 범위, 구제 수단, 처리 기한, 비용. 이 여섯 가지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공장은 그 빈칸을 자기 쪽으로 채웁니다.
1. 검품, 품질보증금, 워런티는 서로 다른 시간을 맡습니다
워런티 이야기를 꺼내면 "선적전검사도 하고 보증금도 잡아 두는데 워런티까지 필요하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세 장치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각자 맡은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장치 | 작동하는 시점 | 잘 잡는 것 | 못 잡는 것 |
|---|---|---|---|
| 검품 (선적전검사) | 출고 직전 | 외관, 치수, 포장, 기본 기능 | 몇 달 써야 드러나는 잠복 불량 |
| 품질보증금 유보 | 입고 후 수개월 | 입고 검사·초기 판매에서 드러난 불량의 비용 회수 | 유보 기간이 끝난 뒤의 불량 |
| 워런티 | 판매 후 보증기간 내내 | 배터리 수명, 내구성, 부품 고장 같은 사용 중 결함 | 조항에 적히지 않은 모든 것 |
세 장치 가운데 가장 긴 구간을 맡는 건 워런티입니다. 그런데 가장 약한 장치도 워런티입니다. 워런티가 작동하는 시점에는 대금이 이미 다 넘어갔고 보증금도 대개 풀린 뒤입니다. 바이어 손에 남은 건 계약서에 적힌 문장과 앞으로 넣을 오더뿐입니다. 그래서 워런티는 문구가 곧 협상력입니다.
품질보증금과 헷갈리는 분이 많아 한 번 더 짚겠습니다. 보증금은 "문제가 생기면 여기서 빼겠다"는 돈이고, 워런티는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해 주겠다"는 약속입니다. 보증금이 풀린 뒤의 결함은 워런티가 없으면 받아 낼 근거가 없고, 워런티만 있고 돈이 묶여 있지 않으면 공장이 약속을 미룰 때 압박할 수단이 약합니다. 두 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방법은 110편을 참고하세요.
2. 보증기간은 얼마로 잡아야 하나
보증기간에 정답은 없지만 품목별로 형성된 관행은 있습니다. 협상을 시작할 때 이 관행을 알고 있어야 공장 제안이 박한지 후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 품목군 | 공장이 흔히 먼저 내미는 조건 | 협상 목표 (예시) | 메모 |
|---|---|---|---|
| 생활잡화·섬유 (전기 부품 없음) | 명시 없음 또는 3~6개월 | 입고일 기준 6개월 | 잠복 불량이 적어 검품 비중이 더 큼 |
| 소형 가전·충전식 전자제품 | 출고일 기준 12개월 | 선적일 기준 18개월 또는 판매일 기준 12개월 | 국내 판매 보증 1년을 받쳐 줄 수 있어야 함 |
| 배터리·모터 같은 핵심 부품 | 6개월, 소모품으로 분류 | 12개월 + 용량 저하 기준 명시 | "소모품" 분류가 가장 큰 쟁점 |
| 가구·금속 구조물 | 12개월 | 구조 파손 24개월, 도장·마감 12개월 | 결함 종류별로 기간을 나눔 |
| 기계·설비 (B2B) | 12개월 | 설치 후 12개월 또는 선적 후 18개월 중 먼저 도래 | 가동 시간 기준을 병기하기도 함 |
기간을 정하는 출발점은 내가 고객에게 약속하는 보증기간입니다. 국내에서 1년 보증을 걸고 판다면 공장 보증이 그 1년을 끝까지 받쳐 줘야 합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바이어가 놓치는 게 기산일입니다.
기간보다 기산일이 더 중요합니다
공장은 보증이 출고일이나 선적일(B/L 발행일)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바이어가 고객에게 보증을 시작하는 날은 판매일입니다. 이 두 날짜 사이의 간격만큼 공장 보증은 바이어 보증보다 먼저 끝납니다.
| 구간 | 날짜 (예시) | 누적 경과 |
|---|---|---|
| 선적 (공장 보증 시작) | 3월 1일 | 0개월 |
| 국내 입고 | 4월 10일 | 약 1.3개월 |
| 평균 판매 시점 | 7월 초 | 약 4개월 |
| 공장 보증 만료 (출고 기준 12개월) | 다음 해 3월 1일 | 12개월 |
| 소비자 보증 만료 (판매 기준 12개월) | 다음 해 7월 초 | 약 16개월 |
이 예시에서는 넉 달 동안 바이어 혼자 보증을 떠안습니다. 재고가 느리게 도는 품목이라면 이 공백은 6개월, 8개월로 늘어납니다. 실무에서는 두 기준을 묶어 이 공백을 메웁니다. "선적일로부터 18개월 또는 최종 소비자 판매일로부터 12개월 중 먼저 도래하는 날"처럼 쓰면 공장은 보증이 끝없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고, 바이어는 재고 기간만큼의 여유를 확보합니다.
3. 무엇을 보증하고 무엇을 빼는가
공장이 내미는 워런티 조항은 거의 예외 없이 "재료와 제조상의 결함(defects in materials and workmanship)"을 보증한다고 쓰고, 그 뒤에 긴 면책 목록을 붙입니다. 면책 자체는 정당합니다. 소비자가 떨어뜨려 깨뜨린 제품까지 공장이 책임질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면책 문구가 넓게 쓰여서 진짜 제조 결함까지 빠져나가는 경우입니다.
| 구분 | 공장 문구에 흔한 표현 | 바이어가 확인할 점 |
|---|---|---|
| 정상 마모 | normal wear and tear 제외 | 보증기간 안에 성능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마모가 아니라 결함으로 본다고 명시 |
| 소모품 | 배터리·필터·고무 부품은 소모품 | 소모품 목록을 계약서에 한정해 적고, 배터리는 용량 기준(예: 12개월 내 80% 미만이면 결함)을 둠 |
| 오사용·개조 | misuse, improper handling 제외 | 오사용 입증 책임을 공장에 둠 |
| 보관·운송 | improper storage 제외 | 공장이 정한 포장 규격대로 운송된 경우는 면책 대상이 아님을 명시 |
| 설계 결함 | 바이어 제공 디자인에 따른 결함 제외 | ODM 제품이면 설계도 공장 책임, OEM이라도 공장이 제안한 변경은 공장 책임 |
여기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건 설계 결함입니다. 공장의 기존 모델에 로고만 바꿔 파는 ODM 제품이라면 설계도 공장이 한 것이니 설계 결함도 보증 범위에 넣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바이어가 도면을 준 OEM 제품이라면 설계 결함은 바이어 몫이 맞습니다. 다만 공장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부품이나 재질 변경을 제안했고 바이어가 승인했다면, 그 변경에서 비롯된 결함까지 바이어 책임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선을 그어 두셔야 합니다.
보증 대상에는 "스펙 불일치"도 넣어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제품이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스펙시트에 적힌 성능(배터리 용량, 방수 등급, 소음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입니다. 이게 빠져 있으면 공장은 "고장이 아니니 워런티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스펙시트를 어떻게 써야 이런 기준으로 쓸 수 있는지는 59편에서 다뤘습니다.
4. 수리, 교체, 환불 중 누가 고르나
보증 범위에 들어가는 결함이 확인되면 그다음은 공장이 무엇을 해 주느냐입니다. 흔히 "수리 또는 교체"라고 한 줄로 쓰는데, 실무에서 쓰는 구제 수단은 다섯 가지 정도로 나뉘고 각각의 무게가 꽤 다릅니다.
| 구제 수단 | 공장의 선호 | 잘 맞는 경우 | 주의할 점 |
|---|---|---|---|
| 교체 부품 무상 공급 | 가장 높음 | 국내에서 쉽게 부품을 갈 수 있는 제품 | 교체 작업 인건비는 누가 내는지 따로 정해야 함 |
| 완제품 교체 (다음 오더 동봉) | 높음 | 정기 발주가 짧은 주기로 이어지는 경우 | 다음 오더까지 고객이 기다려야 하고, 오더가 끊기면 무용 |
| 크레딧 노트 (다음 오더 차감) | 높음 | 거래가 계속될 것이 확실한 경우 | 거래가 끝나면 그대로 사라짐 |
| 국내 수리비 정산 | 중간 | 국내에 A/S 센터나 협력 수리점이 있는 경우 | 건당 수리 단가표를 미리 합의해야 함 |
| 현금 환불 | 가장 낮음 | 거래 종료, 대량 결함 | 공장이 가장 강하게 거부하는 수단 |
표에서 보듯 공장이 선호하는 수단은 대부분 다음 거래를 전제로 합니다. 거래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워런티가 정말 필요한 순간은 오히려 관계가 틀어지거나 거래를 정리할 때입니다. 그래서 조항에는 두 가지를 넣어 두시는 게 좋습니다.
하나는 구제 수단의 선택권을 바이어에게 두는 것입니다. "공급자는 수리 또는 교체한다"가 아니라 "바이어의 선택에 따라 공급자는 다음 중 하나를 이행한다"로 쓰면, 급할 때 바이어가 항공 발송 교체를 고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거래 종료 시 전환 조항입니다. 마지막 오더 이후 또는 계약 종료 후에 발생한 클레임은 크레딧이 아니라 현금으로 정산한다는 문장입니다.
5. 클레임 처리 기한이 없으면 보증도 없습니다
워런티 조항에서 가장 많이 빠지는 부분이 처리 기한입니다. 기한이 없으면 공장은 "확인 중입니다"라는 답을 몇 주씩 이어 갈 수 있고, 그동안 고객은 기다리다 환불을 요구합니다. 처리 절차를 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기한을 붙여 두셔야 합니다.
| 단계 | 누가 | 기한 (예시) | 필요한 것 |
|---|---|---|---|
| 1. 클레임 통지 | 바이어 | 결함 확인 후 30일 이내 | 사진·영상, 로트 번호, 불량 수량, 판매일 증빙 |
| 2. 접수 확인 | 공장 | 2영업일 이내 | 담당자 지정, 추가 자료 요청 목록 |
| 3. 원인 분석 회신 | 공장 | 10영업일 이내 | 결함 원인, 보증 대상 여부 판단, 재발 방지 조치 |
| 4. 구제 이행 | 공장 | 부품 15일, 완제품 30일 이내 발송 | 발송 증빙(운송장), 크레딧 노트 발행 |
기한만 적어 두면 공장이 기한을 넘겨도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기한을 어겼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까지 적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효과가 큰 건 간주 조항입니다. "공급자가 3단계 기한 내에 서면 회신을 하지 않으면 해당 클레임은 보증 대상으로 인정된 것으로 본다"는 문장 하나가 공장의 "확인 중"을 크게 줄여 줍니다.
증빙 요건도 현실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공장은 흔히 불량품 실물을 반송하라고 요구합니다. 단가가 몇 달러인 제품을 한 개씩 국제 배송으로 돌려보내면 운송비가 제품값을 넘습니다. 일정 단가 이하 제품은 사진·영상과 폐기 확인서로 반송을 갈음하고, 원인 분석이 꼭 필요할 때만 대표 샘플 몇 개를 공장 비용으로 반송하는 식으로 정리하시면 됩니다. 클레임을 제기할 때 증거를 어떻게 남기는지는 36편을 참고하세요.
6. 워런티 비용은 누가 내나
"불량이면 공장이 책임진다"는 말은 어느 공장이나 합니다. 막상 워런티 청구를 해 보면 공장이 책임지는 건 교체품 원가뿐이고, 나머지 비용은 전부 바이어에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런티 비용을 항목별로 쪼개 보면 어디서 새는지 보입니다.
| 비용 항목 | 아무것도 안 정했을 때 | 협상 목표 (예시) |
|---|---|---|
| 교체품·부품 원가 | 공장 | 공장 |
| 중국 → 한국 운송비 | 바이어 (착불 발송) | 공장, 또는 다음 선적 동봉 시 0원 |
| 수입 통관·세금 | 바이어 | 바이어 (대신 무상 교체품 통관 방식을 관세사와 미리 확인) |
| 국내 회수·재발송 택배비 | 바이어 | 보증 대상으로 확정된 건은 건당 정액으로 공장이 정산 |
| 국내 수리·교체 인건비 | 바이어 | 합의한 단가표 기준으로 공장이 정산 |
| 불량품 반송비 | 바이어 | 공장이 반송을 요구한 경우 공장 |
표의 아래쪽 세 줄이 금액으로는 가장 큽니다. 교체품 원가가 5달러인 제품이라도 고객에게서 회수하고 새 제품을 보내는 택배비, 상담과 검수 인건비를 합치면 건당 1만~2만 원이 쉽게 나옵니다. 공장이 교체품 원가만 보상하면 바이어가 실제로 쓰는 워런티 비용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비용을 정하는 세 가지 방식
항목별로 누가 낼지 정했다면 그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을지도 정해야 합니다. 흔히 쓰는 방식은 세 가지입니다.
| 방식 | 구조 | 장점 | 단점 |
|---|---|---|---|
| 실비 정산형 | 클레임 건마다 실제 비용 청구 | 불량이 적으면 비용도 적음 | 건마다 다툼이 생기고 관리가 번거로움 |
| 정률 적립형 | 오더 금액의 1~2%를 워런티 충당분으로 차감 또는 FOC로 수령 | 예측 가능, 다툼이 적음 | 대량 결함이 나면 부족함 |
| 단가 반영형 | 공장이 보증 연장분을 단가에 얹음 | 협상이 가장 간단함 | 불량이 없어도 비용을 냄, 공장의 품질 긴장감이 떨어짐 |
중소 수입사에게 권하는 건 정률 적립형을 기본으로 두고, 일정 불량률을 넘으면 실비 정산으로 넘어가는 혼합 구조입니다. 평소 소량 불량은 적립분 안에서 조용히 처리하고, 불량이 한도를 넘는 해에는 공장이 초과분을 실비로 책임지는 방식입니다. 공장은 평소 비용이 예측 가능해서 좋고, 바이어는 큰 사고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7. 연쇄 불량 조항 - 개별 보증으로는 못 막는 사고
보통 워런티 조항은 제품이 한 개씩 고장 나는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정말 큰 손실은 같은 원인의 불량이 한 로트 전체에 퍼질 때 납니다. 콘덴서 하나를 싼 것으로 바꿨거나, 접착제 경화 조건이 한 시즌 동안 틀어졌거나, 배터리 셀 공급사가 바뀐 경우입니다. 이런 결함은 판매 후 몇 달에 걸쳐 조금씩 드러나고, 개별 클레임으로 처리하다 보면 보증기간이 끝나 버린 제품이 계속 나옵니다.
이럴 때 쓰는 게 연쇄 불량(Epidemic Failure) 조항입니다. 같은 원인의 결함이 한 로트에서 일정 비율(예: 2~3%)을 넘으면, 개별 보증과 별개로 공장이 로트 전체를 책임지고 조치하게 하는 조항입니다. 조치에는 전수 점검, 예방 교체, 고객 공지와 회수 비용이 들어갑니다. 핵심은 연쇄 불량에 해당하는 로트라면 개별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까지 조치 대상에 넣는 것입니다.
제품 안전 문제로 번져 리콜이 필요한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더 커집니다. 수입자가 국내법상 어떤 책임을 지는지는 53편, 리콜 비용을 공장과 어떻게 나누는지는 103편에서 다뤘습니다. 연쇄 불량 조항은 그보다 한 단계 앞, 안전 문제는 아니지만 판매를 계속할 수 없을 만큼 불량이 몰리는 상황을 위한 장치입니다.
8. 계약서에 넣을 조항 문구 예시
앞에서 다룬 내용을 조항 문구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 계약서나 품질보증협약서에 넣는 게 가장 좋고, 그게 어렵다면 PO 조건에 "워런티 조건은 별첨에 따른다"고 적고 별첨으로 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OEM 계약서 전반의 구성은 12편을 참고하세요.
예시 문구 (보증기간과 범위)
공급자는 본 계약에 따라 공급한 제품이 선적일로부터 18개월 또는 최종 소비자 판매일로부터 12개월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재료 및 제조상의 결함이 없고 합의된 사양서의 성능을 충족함을 보증한다. 배터리는 같은 기간 내 정격 용량의 80% 미만으로 저하되는 경우 결함으로 본다. 소모품은 별첨 목록에 기재된 부품에 한한다. 오사용, 개조, 사고로 인한 손상은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며, 그 사유는 공급자가 입증한다.
예시 문구 (구제 수단과 처리 기한)
보증 대상 결함이 확인된 경우 공급자는 바이어의 선택에 따라 (1) 교체 부품 무상 공급, (2) 완제품 무상 교체, (3) 크레딧 노트 발행, (4) 합의된 단가표에 따른 수리비 정산 중 하나를 이행한다. 공급자는 클레임 통지 수령 후 2영업일 이내에 접수를 확인하고 10영업일 이내에 서면으로 원인 분석 결과를 회신하며, 기한 내 회신이 없는 경우 해당 클레임은 보증 대상으로 인정된 것으로 본다. 교체 부품은 인정 후 15일, 완제품은 30일 이내에 공급자 비용으로 발송한다. 본 계약 종료 후 발생한 클레임은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현금으로 정산한다.
예시 문구 (연쇄 불량)
동일 원인에 의한 결함이 동일 생산 로트 출하 수량의 3% 이상 발생한 경우 이를 연쇄 불량으로 보며, 공급자는 개별 보증기간 경과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로트 전체에 대한 점검, 예방 교체, 회수 및 재발송 비용을 부담한다. 공급자가 바이어의 사전 서면 승인 없이 핵심 부품의 공급사, 재질 또는 사양을 변경한 로트에서 결함이 발생한 경우 발생 비율과 관계없이 연쇄 불량으로 본다.
중국 공장과의 계약은 중문본이 함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용어를 정확히 맞춰 두셔야 합니다. 보증기간은 质保期, 기산일 표현은 "自出货之日起"(출고일로부터)와 "自终端销售之日起"(최종 판매일로부터)처럼 구분해서 씁니다. 영문본과 중문본의 해석이 다를 때 어느 쪽을 우선하는지도 계약서에 한 줄 넣어 두시기 바랍니다.
9. 협상 실무 팁과 흔한 함정
기간보다 기산일과 구제 수단을 먼저 꺼내세요
바이어가 "보증 2년"을 요구하면 공장은 단가를 올리거나 거절합니다. 반면 "12개월은 그대로 두고 기산일만 판매일 기준으로 바꾸되 선적 후 18개월을 넘지 않게 하자"고 하면 공장이 받아들일 여지가 훨씬 큽니다. 공장 입장에서 늘어나는 기간이 명확하게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이어에게 필요한 것도 대개 긴 기간이 아니라 빈틈없는 기간입니다.
공장의 리스크를 숫자로 보여 주세요
공장이 보증 확대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을 가늠할 수 없어서입니다. 지난 오더들의 불량률 데이터가 있다면 그걸 들고 가세요. "지난 1년간 사용 중 불량률이 0.6%였다. 판매일 기준 조항으로 바꿔도 추가 부담은 오더 금액의 0.2% 정도다"라고 계산해 보여 주면 막연한 요구가 구체적인 숫자 이야기로 바뀝니다. 불량 데이터를 쌓아 두는 습관이 왜 협상력이 되는지는 55편에서도 다뤘습니다.
무엇을 내줄지 미리 정해 두세요
워런티 조건을 개선하려면 공장에 무언가를 돌려줘야 할 때가 많습니다. 흔히 쓰는 교환 카드는 연간 물량 약속, 결제 조건 소폭 개선(예: 선금 비율 조정), 단가 소폭 인상 수용 정도입니다. 이 중 무엇을 얼마까지 내줄지 정하지 않고 협상에 들어가면, 공장이 제안하는 단가 인상을 그대로 받게 됩니다. 결제 조건을 협상 카드로 쓰는 방법은 106편을 참고하세요.
첫 오더 전에, 늦어도 물량을 늘릴 때
워런티 조건은 첫 오더 전에 정하는 게 가장 쉽습니다. 이미 거래 중이라면 물량을 늘려 주거나 연간 계약을 갱신하는 시점에 꺼내세요. 불량이 터진 뒤에 조항을 바꾸자고 하면 공장은 그걸 이번 클레임에 대한 공격으로 읽고, 지금 문제된 로트에는 새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을 긋습니다.
10. 실제 사례 세 가지
상담에서 자주 마주치는 유형을 익명화해 정리했습니다. 금액과 일정은 예시입니다.
사례 1 — 기산일 하나로 다섯 달이 빈 경우
무선 청소기를 수입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였습니다. 공장 보증은 "출고 후 12개월", 국내 판매 보증은 1년이었습니다. 성수기 재고를 넉넉히 들여온 탓에 평균 판매 시점이 선적 후 5개월이었습니다.
판매 8개월째부터 모터 소음 불량이 늘었을 때, 선적 기준으로는 이미 공장 보증이 끝난 제품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공장은 보증 기간 내 물량만 부품을 보내 주겠다고 했고, 업체는 나머지를 자체 비용으로 교환했습니다. 이 업체는 다음 계약에서 보증기간을 "선적 후 18개월 또는 판매 후 12개월 중 먼저 도래하는 날"로 바꿨습니다. 보증기간 숫자는 거의 그대로였지만 기산일 한 줄이 다섯 달의 공백을 메웠습니다.
사례 2 — "교체해 드립니다"가 다음 오더 동봉이었던 경우
LED 스탠드 조명을 수입하는 업체였습니다. 판매 넉 달째에 스위치 불량이 300개가량 나왔고, 공장은 흔쾌히 교체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교체품은 다음 오더에 함께 싣겠다고 했고, 다음 오더는 석 달 뒤였습니다.
고객은 석 달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업체는 대부분 환불로 처리했고, 석 달 뒤 도착한 교체품 300개는 재고로 남았습니다. 이후 업체는 조항에 "바이어의 선택에 따라"와 "완제품 30일 이내 발송"을 넣고, 오더마다 1.5%의 무상 여유분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교체라도 언제 도착하느냐가 워런티의 실제 가치를 정합니다.
사례 3 — 연쇄 불량 조항이 전수 조치를 끌어낸 경우
캠핑용 접이식 의자를 수입하는 업체였습니다. 한 로트에서 버클 파손이 연이어 들어와 집계해 보니 출하 수량의 4%를 넘었습니다. 조사해 보니 공장이 버클 사출 원료를 다른 공급사 것으로 바꿨는데, 업체는 이 변경을 통보받지 못했습니다.
계약서에 연쇄 불량 조항과 부품 변경 승인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공장은 로트 전체 분량의 교체용 버클 키트를 항공으로 보냈고, 고객 안내와 택배비를 합의한 단가로 정산했습니다. 개별 클레임으로 처리했다면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과 아직 불량이 드러나지 않은 제품은 대상에서 빠졌을 겁니다.
11. 자주 하는 실수
워런티 관련 상담에서 반복해 마주치는 것들입니다.
- PI에 "Warranty 1 year" 한 줄만 두고 세부 조건은 정하지 않은 경우
- 공장 보증을 출고일 기준으로 받아 국내 판매 보증과 몇 달씩 어긋난 경우
- 판매일 기준 조항을 넣고도 판매일을 증명할 방법을 정하지 않은 경우
- 제품에 로트 번호나 날짜 코드가 없어 어느 선적분인지 다툰 경우
- 배터리를 소모품으로 분류한 공장 문구를 그대로 받아 핵심 결함이 빠진 경우
- 구제 수단을 "다음 오더 시 교체"로만 받아 고객이 몇 달을 기다린 경우
- 크레딧 노트로만 보상받다가 거래가 끝나 크레딧이 사라진 경우
- 처리 기한이 없어 공장이 "확인 중"으로 몇 주를 끈 경우
- 저가품 불량을 실물로 반송하다 운송비가 제품값을 넘은 경우
- 교체품 원가만 보상받고 국내 회수·재발송 비용은 모두 떠안은 경우
- 연쇄 불량 조항이 없어 한 로트 전체의 결함을 개별 클레임으로 처리한 경우
- 보증기간만 늘리고 구제 수단과 비용 조항은 비워 둔 경우
- 불량이 터진 뒤에 조항을 바꾸려다 공장과 관계만 틀어진 경우
12. 워런티 조건 체크리스트
협상에 들어가기 전
- 내가 고객에게 약속하는 보증기간과 조건을 정리했다
- 선적부터 평균 판매 시점까지 걸리는 기간을 계산했다
- 지난 오더들의 사용 중 불량률과 불량 유형을 정리했다
- 품목군 관행에 비춰 목표 보증기간을 정했다
- 보증 조건 개선 대신 내줄 수 있는 카드와 한도를 정했다
조항을 쓸 때
- 보증기간과 기산일을 "먼저 도래하는 날" 방식으로 적었다
- 판매일 증빙 방법과 로트 번호·날짜 코드 표기를 정했다
- 스펙 불일치를 보증 대상에 넣었다
- 소모품 목록을 한정하고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성능 기준을 적었다
- 면책 사유의 입증 책임을 공장에 두었다
- 구제 수단 선택권을 바이어에게 두었다
- 단계별 처리 기한과 간주 조항을 넣었다
- 운송비·국내 회수비·수리 인건비의 부담 주체를 항목별로 적었다
- 연쇄 불량 기준과 부품 변경 승인 조항을 넣었다
- 계약 종료 후 클레임의 현금 정산 조항을 넣었다
거래를 이어 가는 동안
- 오더마다 무상 여유분을 받고 사용 내역을 기록하고 있다
- 클레임을 로트별로 집계해 연쇄 불량 기준에 가까운지 보고 있다
- 공장의 회신 기한 준수 여부를 기록하고 있다
- 연간 계약 갱신 때 불량 데이터로 워런티 조건을 다시 점검한다
마무리 - 워런티는 한 줄이 아니라 여섯 줄입니다
워런티를 협상하자고 하면 대부분 기간부터 이야기합니다. 1년이냐 2년이냐는 가장 눈에 잘 띄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고가 난 뒤 실제로 돈이 갈리는 곳은 기간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이 언제 시작됐는지, 교체품이 언제 오는지, 택배비와 인건비를 누가 내는지, 공장이 답을 미룰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에서 갈립니다.
물건이 고객 손에 넘어간 뒤에는 바이어가 쥔 돈이 거의 없습니다. 그때 기댈 수 있는 건 미리 써 둔 문장뿐입니다. 워런티 조건을 거래가 순조로울 때, 서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정해 두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지금 거래 중인 공장과의 계약서나 PI에서 워런티 부분을 찾아 이 글의 여섯 가지(기간, 기산일, 범위, 구제 수단, 처리 기한, 비용)와 대조해 보세요. 비어 있는 칸이 있다면 다음 오더나 계약 갱신 때 그 칸부터 채우시면 됩니다.
그린프로그서울은 품목별 워런티 조건 설계부터 기산일·구제 수단·비용 조항 협상, 중문 계약 문구 정리, 클레임 발생 시 공장과의 원인 분석과 보상 협의까지 함께 지원합니다. 이미 불량이 터져 공장과 보상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클레임 대응부터, 아직 문제가 없다면 계약 조항 점검부터 같이 봐 드립니다.
지금 계약서의 워런티, 몇 줄인가요?
보증기간·기산일 설계부터 구제 수단·처리 기한·비용 부담 조항 협상까지
불량이 터지기 전에 받아 낼 수 있는 워런티로 바꿔 드립니다